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실
2026.07.30 개관
결과는 패망이었다. 그러나 과정마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실이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달 30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제국주의 열강의 거센 압박 속에서 자주독립의 길을 찾고자 몸부림쳤던 대한제국의 고뇌와 근대화 열망을 다각도로 조명한 개편이다.
조선 26대 왕인 고종은 1897년 10월 13일 대한제국 출범을 선포했다. 하지만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주권을 빼앗기며 1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는 자주국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 있는 대한제국실은 비교적 작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꾸며졌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벽면을 채운 인공지능(AI) 영상 속 양복과 양장 차림의 인파와 도심을 누비는 전차, 근대 도시로 빠르게 변화하는 한성(서울)의 풍경이 생생히 펼쳐진다. 치열했던 외교 현장의 모습은 120여 년 전 역사의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시실 입구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첫 유물은 황제의 어보다. 칙명(황제의 명령)을 내릴 때 쓰던 어새는 대한제국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시대 어보의 손잡이가 거북이 모양이었던 것과 달리 이 어보는 황제를 상징하는 용으로 조각됐다. 스스로 황제국을 자처했던 고종의 의지가 서린 대목이다.
일제 침략에 맞선 저항의 역사도 묵직하게 자리를 지킨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이 외교 고문이었던 미국인 데니에게 하사한 유물. 국내에 남아있는 태극기 중 가장 크고 오래됐다. 태극기는 대한제국 시기 공식 국기로 지정되면서 민중에게 친숙해졌다. 이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기치로 쓰이며 애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식민 통치의 중심 건물이었던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당시 정초석 아래에서 발견된 은판도 최초로 공개됐다.